반성: 글’도’ 못쓰는 나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글 자체를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글을 읽어야 사고력이 높아진다는 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니 시도조차 어려웠다.
이런 상태로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 기술서, 심지어 이 블로그까지 쓰려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는 맞춰진 형식이 있기 때문에 크게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와 이 블로그가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말을 써 내려가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 나를 도와준다고 꼬시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많이 출시됐다. ChatGPT나 Claude는 글을 매우 쉽고 상세하게 잘 적어주니까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이해하고 글을 쓰기 보다는 단순히 AI가 정리해주고 작성해준 글을 Ctrl+C, Ctrl+V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과 책을 읽고 내 머리 속에 있는 지식들을 활용해 새로운 글로서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공부, 학습을 해도 결국에는 남는 것은 없고 시간 만 흘러가는 것 이였다.
더욱이 웃긴 것은, 이제 내가 말해야 하는 것 까지 GPT에게 물어보고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 내 주장이긴 하지만, 이게 주체가 나
가 아니라 GPT
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나로서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나의 노력을 모두 AI에게 맡긴다니 너무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의 사고력을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글은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는지 많이 찾아 보았다. 여러 주장들도 있고, 여러 방식들도 많지만 결국엔 양과 질 둘 다 잡아야 한다.
방법 1: 양으로 승부
글 쓰는 것도, 코딩하는 것도, 일단 그에 따른 근육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헬스장에 가서 근력 운동을 한다고 쳐도, 처음부터 벤치 프레스 100kg를 드는 사람이 있을까? 그 수는 소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신체적인 능력이 너무 좋아서 100kg 이상을 들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글을 작가처럼 써 내려가는 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많이 써 내려가 볼수록 실력이 늘 것이라는 말은 내 예전 논술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논술의 틀에 맞추어 작성하겠지만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큰 틀 안에 주장, 이유, 근거, 상술이라는 작은 틀을 넣어 작성하는 것은 쉽다고. 하지만 그 구조를 얼마나 매끄럽게,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는 것은 많이 써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양으로만 승부가 가능한 걸까? 지금 나의 글처럼 아무렇게, 머리 속에 꼬여버린 나의 생각처럼 작성을 많이 하는 것이 과연 답인가? 나는 이건 또 아니라고 본다. 정말 많은 brunch, tistory, 심지어 개발자 blog들을 보면 주제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 글을 보면 표현법도, 단어 선택도, 통찰력도 제 각각 다르다.
방법 2: 질으로 승부
글의 퀄리티는 필자의 이해와 생각의 깊이가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만큼 생각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방면에서 이 주제와 통찰을 길러야 한다.
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은 요리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을 할 건지 (주제), 어떻게 요리를 할 건지 (방법) 등등. 또한 요리에 어떤 철학을 담을 건지 (통찰). 이렇게 생각하면 비슷해 보인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다니면서 여러 주제들을 알아보고, 먹어보면서 방법을 유추하고, 이 음식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면 우리는 음식을 즐겼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글도 여러 주제의 글을 읽어보고, 읽어보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고, 어떻게 작성했는지 보고, 그리고 이 글을 왜 썻는지 알면 글을 잘 읽었다 라고 볼 수 있겠다.
결론: 둘 다 “내가” 해야 한다.
글은 한 사람의 머리 속이 모두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글에서 나타난다. AI가 나 대신 글을 쓰고 있다고 하는 것도 나의 생각이다. 즉, 내가 경험하고 내가 작성하고 양이던 질이던 내가 해야 한다.
이 글도 잘 쓴 글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끄러운 글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CS를 학습한 내용을 적거나 오류나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 글을 쓸 때 AI 활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작성해 보려고 한다. 물론 어렵고 고되겠지만, 해봐야 아는 것 이니까..